작성일
2019.09.10
수정일
2019.09.10
작성자
younsm
조회수
2183

20190908동마-공주백제마라톤을다녀와서

공주백제마라톤을 다녀왔다. 201998. 일요일.....

 

태풍 링링이 온 나라를 휘젓고 북한 함경도로 빠져나갔다고 한다. 요 며칠 동안 제주도부터 서울까지 나라 전체가 태풍때문에 전전긍긍이었다. 다행이 비는 많지 않았다고 하지만 바람이 세게 불어 강풍 피해가 컸다.

 

대회가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 기다렸다. 지난 여름 모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왔다. 그렇기에 꼭 열리기를 바랐지만.... 한편으로는 태풍 핑계로 대회를 건너뛰게 되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마라톤 풀코스의 고통을 알기에.... 그러나 다행(?)인지 태풍이 하루 차이로 지나가고 대회는 무사히(?) 열리게 되었다. 나도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대회가 열리는 공주로 향했다.

 

공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날씨의 변덕을 경험할 수 있었다. 전주 집을 출발할 때는 태풍 뒤의 깨끗한 하늘과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어제까지 계속되던 비까지 그쳐 정말 달리기 하기에 좋은 날씨라고 생각되었다. 이 정도면 끝까지 완주해볼 생각도 들었다. 사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목적은 30km 이상 달리기였다. 지난 여름 열심히 연습했지만 이렇게 대회가 빨리 열리게 되는 것을 생각지 못했다. 98. 아직 여름의 더운 햇볕이 기승을 부리는 때였다. 덥고 습한 날씨는 달리는 데 최악의 조건. 아마 작년 대회(10월 말)의 문제점 때문에 앞당겨진 듯하지만 너무 덥다는 생각이었다그리고 장거리 훈련으로 30km이상은 한차례밖에 하지 못했다. 물론 더위 때문이었다

 

그런데 전주를 벗어나자마자 하늘이 흐리더니 비도 오고 바람도 불었다. 공주에 도착했을 때 비는 약해져 있었지만 그때문에 습도가 정말 높았다. 숨쉬는 데도 그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9시 출발. 9시가 되자 풀코스 출발이 시작되었고 나 역시 무리에 섞여 뛰어나갔다. 작년에 달렸던 것을 기억하고 있기에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뒷부분에서 천천히 뛰었다. 1km 612. 아니 너무 늦은 거 아닌가? 평소 편한 속도로는 540초 정도. 아무리 많은 인파 속이지만 너무 늦다고 생각되었다. 조금 속도를 냈다. 2km 지점의 기록을 보니 1130. 1km520초 정도에 뛴 셈이다. 이건 또 너무 빠른데? 하지만 이런 속도 편차는 계속되었고 오락가락하는 비와 함께 나를 힘들게 했다. 20km 지점의 음식과 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쉰 후 다시 출발했다. 2시간 5.

 

이제부터는 하프코스 달리미들과는 구분된 길로 달린다. 사람도 급격히 줄어들고 먼 길을 더 가야한다는 생각에 고통이 심해졌다. 달리미들을 도와주는 주로 도우미들 역시 습도와 더위로 힘들어했다. 수많은 대회 경험을 가진 그들이 이번 대회의 어려움을 말하는 정도이니 내겐 어떠했을까. 나 역시 정말 힘들었다. 더욱이 11시 무렵부터 비는 그치고 해가 쨍쨍 내리쬐기 시작하였다. 갑자기 더워지니 습도와 섞여 발을 내딛기가 힘들었다.

 

'그래, 원래 30km까지만 가자. 거기서 중단하고 회송버스를 타자'라고 생각하며 달렸다그러나 30km는 풀코스 반환점에 가까운 거리. 거기까지 가는 것도 무리였다. 그래서 또 생각을 바꿨다. '어짜피 30km를 뛰기로 했으니, 앞으로 5km, 25km까지만 갔다가 거기서 돌아오면 되는 거 아니야?" 그래서 25km지점까지 이를 악물고 뛰기로 했다. 저기 그 지점이 보이고 나는 그곳에서 또 물을 충분히 마셨다배부를 때까지 마셨는데도 조금만 지나면 또 갈증이 심해졌다.

 

그곳에서 물을 마시고 다리를 어루만지며 한참을 보냈다. 이미 중간에 돌아서는 달리미들도 많았다. 그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그들은 풀코스 배번을 보이지 않도록 가슴에 붙였던 배번의 윗부분을 아래로 내려뜨려 번호를 가리고 있었다아마 완주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였으리라. 나 역시, 그래야지.... 라고 생각하다가 '아니 조금만 더 가볼까? 물을 먹고 쉬어서 그런지 조금은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이 달라졌다. 조금 더 앞으로 가다가 회송버스를 만나면 그때 타자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앞으로 다시 달려 나갔다. 그런데 갈증이 심해지고 달리는 속도는 더욱 늦어지는데 회송버스는 올 생각이 없는지 소식도 없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아직 출발 후 3시간 정도인데 벌써 회송버스가 지나갈 리 없었다

 

할 수 없었다. 30km 반환지점에는 회송버스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거기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 다시 힘을 내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30km를 통과했다. 그런데 반환점은 앞으로도 1.5km를 더 가야한단다. 그래서 또 뛰었다. 달리는 것이 이제 거창한 목적 때문이 아니라 그저 저 앞, 저기 반환점까지, 거기 있는 회송버스까지... 라고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또 죽을 힘을 다해 앞으로 나아갔다. 드디어 반환점을 돌았다. 시간은 벌써 3시간 40분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힘들게 달리던 한무리의 사람들이 앞에서 하는 말이 들렸다두 명의 남자는  63년 뱀띠 클럽 달리미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들과 함께 달리며 인도하는 중년 여성이 그들에게 하는 말이었다.

 

", 이제 10km 남았어요. 끝까지 힘을 내봐요.".....

 

10km 남았다니... 여기까지 온 게 얼마나 힘들었는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또 앞으로 천천히 그렇지만 꾸준히 발을 내딛고 있었다. 뒤에서 걷던 나는 망설여졌다. 저만큼 회송버스가 보였다. 고민하는 중에 회송버스를 지나치고 나도 모르게 다시 그들을 뒤쫓아 나아갔다. 그렇게 다시 34km를 지났다. 이미 주위에는 걷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나 역시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했다이미 시간은 4시간을 훌쩍 넘겨 제한 시간인 5시간 안에 들어가기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뒤에 회송버스가 사람을 태워 가러 올 때까지만 달리자고 생각했다급수대에서 물도 충분히 마시고 바나나와 초코파이도 먹으며 달리기 자체를 즐기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36km 쯤 갔을 때 뒤에서 회송버스를 인솔하던 대회 진행 요원이 내게 말했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힘들면 회송버스를 타라는 말이었다.

 

", 고마워요. 근데 이번 회송버스가 마지막인가요?" "아뇨, 뒤에 한 대가 더 있어요"

 

"~ 그러면 전 그거 오면 탈게요. 고마워요"

 

난 왠지 더 달리다가 마지막 버스를 타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라톤이란 인내심,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는 것. 그런 생각이었다. 그래서 다음 마지막 버스를 타려고 생각했다. 어짜피 제한 시간 5시간 안에는 들어 갈 수 없었다.

 

다만, 이제부터는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기로 하였다마지막이니 앞으로 100m 걷고 1km 뛰자. 그런 생각으로 뛰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려 노력하니 주위의 걷는 사람들을 뒤로 하며 앞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40km 무렵까지 왔을 때는 경찰차의 방송도 들렸다.

 

"230분에 도로 통제를 해제합니다..."

 

이 말은 230분까지 도로을 연장한다는 말과 같았다. 제한시간을 30분을 번 셈이었다. 그리고 이제 남은 거리는 2km 남짓, 완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끝까지 쉬지 않고 달려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대회장인 공주 웅진 공설운동장이 보이고 이내 운동장 트랙을 돌아 300m, 200m, 100m... 드디어 골인!

 

 

골인! 골인! 골인!

 

난 그렇게 가을 마라톤을 완성했다.....

 

201998 완주하고 910일 이 글을 쓴다.      

후기: 이제 한번만. 마라톤 풀코스는 1년에 한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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